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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는 99년에 탐구당에서 [파브르 곤충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우리말 완역(?)본이 나온 적이 있다.
![]() ![]() 3천 페이지에 달하는 저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의 훌륭함과 책 만듦새의 황당함에 정말 경악을 했었다. [파브르 곤충기]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게 인류의 영광인, 그런 책이다. 문학은 고전을 읽고 과학은 최신판을 읽으라고들 하지만 나온지 100년도 넘은 [파브르 곤충기]는 예외다. 아니 하긴 이 책은 과학이면서 문학이다. 내 지리멸렬한 필설로 그 훌륭함을 제대로 설명 못 하는 게 안타깝다. 비루한 나조차도 그 훌륭함을 알아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난 책. 이건 딱딱한 학술 보고서가 아니라 시의 경지에 올라선 자연과 생활의 기록이다. 시라는 표현을 썼지만 어렵지 않다. 무진장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저 99년 번역본은 책 상태가 너무나 참혹했다. 오자 탈자가 엄청 많았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였을 정도로 이건 퇴고 한 번 안 했는지 불어 원문이 번역되지 않은 채 그대로 인쇄되어 있는 부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번역된 부분은 훌륭했지만. 그런데 오늘 신문을 보니 새로 완역본이 나왔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훌륭한 책이 그런 식으로 방치되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내가 돈 많이 벌면 불문학자/곤충학자한테 몇 억 안겨주며 제대로 완역본 만들어달라고 청탁하리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현암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프랑스에서 공부하신 곤충학자 분이 번역하셨다니 믿음직스럽다. 알고 봤더니 2006년에 1권이 나오고 몇 년에 걸쳐서 출간되어 오고 있었더라. 이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부끄럽고 미안하다. 서점 가서 살펴보니 대중성을 의식해서인지 컬러 일러스트 등을 추가했던데 나 같은 사람에겐 오히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그냥 정갈하게 만들지. 그러나 이건 배부른 푸념이고, 오늘 당장 10권 세트 주문했다. * 찰스 다윈이 파브르를 일컬어 "thought like a philosopher and wrote like a poet."라고 했다는데 이거 대단히 적절한 표현이다. 저 기사 중에도 번역하신 김진일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인용되어 있다.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예술가처럼 관찰하고, 시인처럼 느끼고 표현하는 위대한 과학자 파브르' # by 파이 | 2010/03/06 19:55 | Pas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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