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차 (Stagecoach, 1939)]
너무나 유명한 영화다. 그래서 그런가, 막상 글을 쓰려 하니 쓸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 작품의 영화사적인 의미나 스타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많이 이야기해놓았으니 ( http://www.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1671 ; http://www.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1659 등등) 건너뛰자.

몇 년 전에 TV로 한 번 봤었지만, 그냥 참 재미있네 정도의 기억만 남아있었다. 지난 8월에 서울 시네마테크에서 존 포드 회고전이 열렸을 때도 처음에는 [수색자]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정도나 볼 생각이었지 [역마차]를 다시 볼 생각은 없었더랬다. 하지만 [수색자]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내 입에서 제일 처음 나온 말은 존 웨인 왜 이리 멋지냐는 찬탄이었고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까지 보고 나서는 상영일정표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었다. 결국 그 다음 주말에도 서울 시네마테크를 찾아 [역마차]를 다시 보았고, 그 다음 주말에는 [역마차]를 비롯한 존 포드/존 웨인 DVD를 여러 편 샀으며, 지금은 그 회고전하던 때 주중에 휴가내서라도 [기나긴 여정 (The Long Voyage Home)]을 보러갔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형편이 되었다.

[역마차]를 다시 보니 여전히 재미있는 건 물론이고 -- 개성있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보는 재미 뿐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지금 봐도 손색이 없다. 이 영화의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그 유명한 Yakima Canutt. [벤 허]의 전차경주 장면에서 보여준 말 다루는 테크닉이 이 때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 존 웨인이 꽃미남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존 웨인이 잘 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아니었다. 이제는 젊었을 때는 물론이고, 나이든 다음에도 잘 생긴 얼굴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외국의 어느 사이트에서 'handsome, hearty face'라고 했던데 그 말이 딱 맞다.

[역마차]에서 존 웨인 등장 장면. 내가 산 DVD의 여섯번째 챕터이다. 장총을 휙 돌리면서 역마차를 멈춰세우며 등장하는 누명쓴 탈옥수 링고 키드. 엄청나게 폼을 잡고 나오지만 존 웨인이므로 그저 멋지기만 하다. 존 포드 감독이 존 웨인을 키워주려고 작정을 하셨나 싶었다 ^_^



사실 내가 산 DVD는 상당히 의심스러운 판본이다. 3000원 주고 샀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돈 주고 소스 사다가 찍는 회사가 아닌 것 같다. 이렇다 할 서플이 없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링고 키드 등장. [빅 트레일] 때는 너무 어렸고, 그로부터 9년동안 나이를 먹으면서 그의 진짜 매력이 나타나기 시작했지 싶다 (50년대의 그는 그저 최고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미 만원인 역마차에 올라탄다. 좌석이 없어서 엉거주춤, 남들 발 뻗는 자리에 끼어 앉아 먼지 투성이 목수건을 털어 다시 맨다. (모자는 어찌 저리 깨끗할 수가 있는 건가 :-P)




이후 존 포드 서부영화에 존 웨인과 함께 단골로 주연했던 모뉴먼트 밸리.



김영진씨가 Film 2.0 기사에서 자세히 써 놓은, 간이역에서 점심을 먹는 장면 중에서. 나는 이 때 달라스와 링고 키드가 나누는 대화를 좋아한다. 유치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
Dallas: Why do you look at me like that?
Ringo Kid: I'm just trying to remember. Ain't I seen you someplace before, ma'am? --> "우리 전에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라는 전형적인 작업성 발언이 이 때도 있었구나 ^^
Dallas: No, you haven't.
Ringo Kid: I wish I had, though. ---> 특히 이 대사에 이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노골적이면서도 은근하지 않은가. 게다가 어딘가 순진한 느낌이다.







세 갈래 길.


햇필드는 루시에게, 링고는 달라스에게, 마실 물을 건네준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길. 잠들었나 싶었던 링고 키드와 달라스의 눈길이 마주친다.




루시 말로리의 출산. 루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방문 밖에 초조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멋지다.


해산 구완을 하고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달라스를 바라보는 링고 키드.



달라스에게 청혼하는 링고 키드. (사실은 난 이게 청혼이라는 걸 달라스가 "링고가 청혼했다"고 의사 선생에게 말하는 거 보고서야 알았다 --; 역시 결혼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나보다. 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에서 짓던 집을 태워버리던 존 웨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Hallie is YOUR girl now.")
...I watched you with that baby.
That other woman's baby.
You looked...
I still got a ranch across the border...
and it's a nice place.
A real nice place.
Trees, grass, water...
There's a cabin, half-built.
A man could live there.
And a woman.
Will you go?




이건 그냥 좀 장난스러워보여서 캡처.


주정뱅이에 개똥철학자인 의사 역을 맡은 토마스 미첼. 정말 멋지다. 이 분 모습을 한 장도 캡처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달라스는 링고 키드에게 도망치라고 설득. 그러나 아파치가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된 링고 키드는 멈춰서고, 역마차 일행은 출발을 서두르게 된다.




도망치려했다는 이유로 보안관 컬리가 링고 키드에게 수갑을 채웠다. 사실 컬리는 링고를 아낀다. 그냥 놔두면 그의 목숨이 위험해질까봐 체포한 것.


아파치의 습격. 동원할 수 있는 화력은 모두 동원해야 하므로 링고의 수갑은 풀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처절한 내력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장면들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다. 얘기할만한 능력도 안 되고.)
총쏘는 링고의 모습 모음. 역시 존 포드 감독이 존 웨인을 키워주려고 작정을 하셨던 게 틀림없다. 참 여러가지로도 보여준다 :)









결정적인 순간에 울리는 기병대 나팔 소리. 위기는 지나갔다. 링고는 기쁜 마음으로 마차 문을 열어젖히지만, 햇필드의 죽음을 알고 얼굴이 굳어진다.



링고 키드군, 복수를 앞두고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닌가? ^^;


창녀라는 신분 때문에 꺼려하는 달라스를 계속 따라가는 링고 키드. 유곽 앞에 당도해서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는 태도.
Dallas: Well, Kid I... I told you not to follow me.
Ringo Kid: I asked you to marry me, didn't I?
Dallas: I'll never forget you asked me, Kid. That's somethin'.
Ringo Kid: Wait here.



... 그리고는 아버지와 형제의 원수를 갚으러가서 셋을 해치우고 돌아온다.


캡처는 못했지만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보안관 컬리가 달라스와 링고를 태운 마차를 국경너머 링고의 땅으로 달리게 하고 의사 양반과 함께 술 한잔 하러간다.

* 노파심에서 말해두지만, 대사들을 알아들어서 적어놓은 건 아니다. DVD 좋은 게 뭔가. 영어 자막이 있다는 거다. 하긴 [조용한 사나이] 우리나라 DVD에는 영어자막도 없더라.



by Olsen | 2004/10/09 13:15 | 존 웨인(John Way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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