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基悳 컬렉션 DVD 박스세트에 포함된 음성해설 중에서 발췌.
+ [5인의 해병] 음성해설 중에서: 최무룡 씨는 마스크도 좋지만요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그리고 연극을 많이 해가지고 아주 그 연기력이 아주 대단한 분이에요 내 여기서도 그 뭐... 그런 모습을 좀 엿볼 수 있지만 제가 또 만든 다른 <남과 북>이라는 작품에서 이해로 대위 역할 같은 것은 정말 (... 중략 ....) 이 최무룡 씨는 아주 억제된 그런 속에서 감정 표현을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정말 대한민국의 둘도 없는 배우다 뭐 그런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그런 연기자예요 + [남과 북] 음성해설 중에서: 최무룡 씨는 아주 절제와 뭐 그것을 철저히 해가지고 이렇게 또 외향적으로 뭐 내뱉고 그런 게 아니었고요 (... 중략 ....) 세 사람의 삼자대면 하는 그 장면 같은 데서의 그 최무룡 씨의 연기는 정말 그것은 어떤 연기자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그런 하여간 연기력이었다 그런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 by 파이 | 2021/01/02 20:16 | Pastime
+ 강수연
https://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492 (2008년) "…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몇 분의 선배를 통해 일종의 그 신끼를 강하게 접했어요. 이상한 에너지랄까, 영감이나 기같은 걸 준 사람으로 전무송 선배님이나 돌아가신 최무룡 선생님을 꼽을 수 있어요. 최무룡 선생님은 여고시절 이혁수 감독님의 ‘연산군’에서 그걸 느끼게 했고, …" + 권병길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58601 (2009년) "… 섬세하고 잔잔하게 호소하는, 리듬이 있는 대사와 세련된 화술, 무엇보다 그는 말없이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였다. 감정을 이기지 못할 때는 무너지는 젊은 지성의 분위기를 풍겼다. " http://www.newscope.co.kr/article.php?aid=5284646046 (2020년) "… 이 두 분 [김승호와 최무룡]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호흡과 리듬을 연기의 흐름에 잘 묘사한 깊은 맛 때문이다, 이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기에 “보석처럼 빛난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는 대부분의 영화 전문가들이 “백년에 한 번 나올까!”라고 평가하는 배우다. 수백편의 영화에 출연한 최무룡은 초기의 모던한 멜로 영화의 주인공인 동시에 사회 하층민의 반항적 연기를 뛰어나게 표출한 성격배우로 각인되어 있다. 최무룡의 연기는 지금도 ‘심리표현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특별하다. 부릅뜬 눈, 서늘한 음성의 리듬 있는 대사,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표정 연기는 매력적이다. 최무룡의 과거 필름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기억 속에 기록되어져야 하는 배우다. 그는 한 시대 흑백 영화 속의 로맨티스트다." + 김지미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E&nNewsNumb=201203100043 (2012년) (같이 공연한 남자배우 중 가장 연기를 잘했던 분은 누구인가요.) "그야 최무룡씨죠.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세상 사람들이 다 보는 이야기인데, 연기는 그분이 제일입니다." (남편이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았던 건 아니고요.) "상대방 배우를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었어요. '많은 상대를 만나 봐도 제일 편한 상대는 역시 최무룡씨'라는 이야기는 여배우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에요." https://pdf.koreafilm.or.kr/streamdocs/view/sd;streamdocsId=72059197479547986 (2019년) "가장 편한 배우가 최무룡 씨였어요. 그건 대한민국 여배우들이 다 얘기하는 거야. “연기하는 데 가장 편안한 사람이다. 상대방이 연기를 하는데 배려해서 연기를 끌어내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래요. 굉장히 다정다감해요, 그분이. 그래서 여배우들이 굉장히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 최무룡 씨가." + 남궁원 https://shindonga.donga.com/Print?cid=102848 (2003년) "내가 제일 존경한 사람은 최무룡씨였어요. 디테일한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였어요." + 신성일 https://news.joins.com/article/4204862 (2010년) "최무룡 선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자 멜로의 스승이에요. 멜로는 눈 연기인데, 눈 연기의 디테일을 그 선배한테 배웠어. 대사 처리도 일품이고. 근데 최무룡 선배가 못 가진 게 하나 있지. 바로 내 몸의 모양이야(하하)." https://news.joins.com/article/5667088 (2011년) "얼굴은 개성이 넘치고, 눈 연기에 관한 한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상대 배우의 리액션도 잘 받아줬다.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데 탁월했다." + 이순재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3091 (2005년) "내 판단에 최무룡 선생은 제일 정확한 배우예요. 연기를 대단히 계산적으로 하는 거지."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64984 (2011년) (그럼 여러 면에서 영화배우로서 인정하는 선배배우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최무룡 선배지. 당시에는 후시녹음 시절이었는데도 그 선배는 자기 대사의 템포가 있고 그에 대한 애착이 컸어. 후시녹음이니 그런 주연급 배우들 중에 대사를 안 외워오고 그냥 입만 벌리거나 조감독이 옆에서 읽어주는 대사를 그대로 따라 읽는 경우가 허다했어. 뭐 나중에 성우가 다 하니까. 그런데 최무룡 선배는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늘 내실을 다지는 사람이었지. 메소드 연기의 대가였고 늘 끊임없이 새롭게 변신하는 배우였어. 물론 다른 좋은 선배 배우들이 많았지만 자기만의 확고한 원칙과 ‘폼’이 잡혀 있는 최고의 배우였지." "최 선배는 용모든, 음색이든, 암기력이든, 배우를 하기 위한 천혜의 조건을 타고 난 분입니다. 우리 연배들 중 유일하게 TV에 적응한 인물이기도 해요. 당시 다들 감성 연기를 할 때, 최무룡이 혼자 신식 연기, 즉 메소드 연기를 했지요. 덕분에 TV에서도 먹힐 수 있었고. 아버지로서는 빵점이지만, 배우로서는 높이 쳐주지 않을 도리가 없어요." # by 파이 | 2020/10/19 23:30 | Pastime
최무룡 출연작이야 다 보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보고 싶으나 현재 필름이 없는 영화들.
너무 많은 가운데 골라봤는데 그래도 많은 듯. + [유전의 애수] (1956), [잃어버린 청춘] (1957) 유현목 감독의 초기작으로 항상 언급되는 작품들. 특히 [잃어버린 청춘]은 최무룡 본인도 영화배우로서 전기가 된 작품이며 마침 그 때 영화계가 붐을 맞이했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http://dbs.donga.com/comm/view.php?r_id=02784&r_serial=01). 김종원 평론가는 [잃어버린 청춘]이 그의 연기의 정점이라고 말한다: "그의 연기는 신극이 중시하는 사실성을 바탕으로 맑은 음성과 눈에 의한 감정 표현이 특징이었다. 최무룡 연기의 정점은 억울하게 강도 혐의로 몰리게 된 한 전기공의 극한 상황을 정확한 해석으로 이끌어낸 「잃어버린 청춘」(1957)의 위진국 역이다."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57296) ㅅㅅㅇ 을 해방 후 1세대 청춘스타라고들 하는데 최무룡이야말로 해방 후 1세대 청춘스타 아니었을까. 이 시절의 그는 청순한 미소년 같은 매력이 있었고 영화잡지에서는 그를 몽고메리 클리프트나 제임스 딘에 견주기도 했다. + [청춘극장] (1959) 최무룡은 주인공 백영민의 친구 신성호 역으로 출연한 것으로 보인다. 미모의 청년 소설가라니 매우 적절한 캐스팅이다. 이 작품을 보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황정순 배우가 어머니 역할이 아닌 여주인공으로 로맨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을 연기한다. + 수 많은 최루성 멜러드라마들, 특히 [꿈은 사라지고] (1959), [장마루촌의 이발사] (1959), [비극은 없다] (1959), [외나무다리] (1962) 김승옥이 64년에 발표한 [차나 한잔]이라는 단편소설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아마 최무룡이 김지미가 사람을 울리는 영화겠지. 세상엔 참 별 직업도 많다. 나는 사람을 웃겨야 하고 최무룡이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최무룡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 이런 멜러드라마들이었다. 미남인데다가 당시 물주들과 관객이 원하는 게 그래서였겠지만 21세기 관객이 보기에는 솔직히 답답한 줄거리들이 많다. 전쟁 직후들의 관객들은 정말 울고 싶어했구나 싶다. 안타까운 건 이런 작품들에서의 연기는 으레 폄하되었다는 것이고 영화 자체도 좋은 평을 받은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 더 억울한 건 그 대부분이 필름이 남아있질 않다는 거다. 기왕 많이 찍었으면 좀 보고 싶다고! 거기다가 최무룡이 여자 안는 연기를 진짜 잘한다. [젊은 그들] 연못 장면에서도 감탄했는데 [죽엄의 상자] 초반에 연인을 뒤에서 안는데 워후 ~. [밤하늘의 부르스]에서도 녹음 세션 땡땡이 치고 경희와 데이트하다가 키스하는 장면에서 너무나 다정하고 부드럽게 포옹한다. 우리가 최고의 러브 씬 장인으로 꼽아온 배우가 에드 해리스인데 최무룡의 러브 씬은 해리스에 비견할만하다고 본다 ^^ + [지상의 비극] (1960) 조연이지만 모처럼 통속극에서 벗어나 찍은 진지한 드라마였고 그의 연기도 대단한 호평이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일영화상 조연남우상 수상. + [특등신부와 삼등신랑] (1961), [선술집 처녀] (1963), [훈장은 녹슬지 않는다] (1966) 수백 편에 이르는 그의 출연작 가운데 얼마 안되는 코미디 영화들. 어찌 보고 싶지 않겠는가. + [이 순간을 위하여] (1961) 한국의 뉴웨이브를 표방했던 젊은 영화인 가운데 한 사람인 이강원 감독의 데뷔작이고… 최무룡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 [심야의 고백] (1961)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번안한 작품에서 라스콜리니코프에 해당하는 역이라니 당연히 보고 싶다. + [팔일오 전야] (1961) kmdb 한국영화사료관에 있는 옛날 영화잡지를 보면 종종 시나리오가 전재되어있는데 지금까지 거기서 읽은 최무룡 출연작 시나리오 중에 제일 낫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면 제일 흥미로운 건 박암이 연기하는 춘식 캐릭터다. 독립운동하다가 변절한 친일파 거두의 아들로 첼로 연주를 사랑하고 학도병 징집을 피하려고 가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결국 정말로 미쳐버린다. 이런 거 연기하는 박암 배우 보고 싶다고요… + [양귀비] (1962) 카메오 수준이겠지만 최무룡이 연기하는 이태백이라니 놓치고 싶지 않다. + [전쟁과 노인] (1962) 최무룡이 모처럼(?) 열연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작품. 당시 모 영화잡지에 따르면 어느 기자가 이 영화를 보고 최무룡군이 미웁기는 하지만 연기를 잘 하는데야 어쩔 수 없다는 투의 말을 했다는데 무슨 뜻인지. + 이만희 감독 연출작들, 특히 [다이알 112를 돌려라] (1962), [추격자] (1964), [기적] (1967) [다이알 112를 돌려라]는 이만희 감독의 출세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추격자]는 스틸 사진 속의 최무룡이 아주 멋지다. [기적]은 개봉 당시 주간 한국에 실렸다는 단평을 봤는데 이게 필름이 유실되었다는 게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다. "중년 여성의 애무 요구에 곤혹을 느끼며, 표정에 깃들이는 음영이며 고랑을 채우려고 할 때 무혐의를 확신한 표정의 밝음이며 최무룡의 연기는 교치(巧微)하기 이를 데 없다." (https://www.kmdb.or.kr/history/book/1164) + 연화 (1967) 포스터가 멋져서 보고 싶은 영화이다. + [동춘] (1970), [잡초] (1973) 70년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자료가 별로 없고 지금으로서는 최무룡이 맡은 역할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있다. 영상자료원 도서관 가서 시나리오를 보면 알 수 있으려는지? 정진우 감독과 임권택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작품이라고들 하기 때문에 궁금하다. + [방의 불을 꺼주오] (1970) 상복이 별로 없던 최무룡이 백상예술대상 (당시에는 한국연극영화예술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 by 파이 | 2020/10/11 23:12 | Pastime
![]() 위 gif는 [그 여자의 일생] (1957) 중에서. 2020년 7월 13일 [오발탄] (1961)을 보았고 정말이지 전혀 예상 못했는데 최무룡에게 치였다. 한 번은 봐야 하는 고전이라는데 봐 볼까… 하면서 옛날 영화 보다가 생각도 않던 배우에게 치이기. 2004년에 [수색자] 보고 듀크에게 치일 때도 그랬다. 최무룡이 미남인 건 알고 있었는데, 연기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니 이게 또 달랐다. 잘 생긴 것도 잘 생긴 건데 김진규의 섬세한 지식인 분위기와 신성일의 반항적인 청춘의 분위기를 모두 가지고 있었고 진짜 매력 있는 배우였다. 이 사람은 정지된 사진보다도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면 훨씬 더 좋다. 최무룡은 물론 남성적인 매력도 있지만 한편으로 예민하고 약간 퇴폐적인 느낌이 있는데, 거 참 우리도 우리가 이런 타입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지금까지 본 그런 타입의 남자배우들이 충분히 잘 생기기 못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제야 양인들이 말하는 이른바 romantic lead 가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 지난 nn년 동안 여러 남자 배우를 덕질했지만 그 중에 romantic lead 는 하나도 없었고 최무룡이 처음인 듯. 파기 전에 최무룡에 대해 막연히 알던 건 60년대 대스타였던 미남 배우로 김지미와의 스캔들/결혼/이혼이 유명하다는 정도. 이제는 그가 연극부터 시작한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였고 미성을 타고났고 노래도 잘 했으며 50년대 중후반 - 60년대 초중반에 멜러드라마의 스타로서 최전성기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이미지나 연기 폭은 김진규, 신영균, 신성일의 역할을 거진 다 아우를 수 있었다고 보는데 이건 그의 장점이었지만 단점도 되었던 것 같다. 저 세 사람은 이미지가 겹치지를 않고 서로 라이벌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데 최무룡은 저 셋 모두와 경쟁을 해야 했다는 느낌. 아무튼 최무룡 출연작 줄거리를 읽으면서 그가 맡은 역을 상상해보면 하나같이 다 머리 속에 그림이 잘 그려진다. 뭘 맡아도 어울렸을 거라. 지식인 연기, 반항아 연기, 멜러 연기에 액션 연기까지 모조리 다 잘 할 수 있는 배우였다. 유현목 감독도 생전 어느 인터뷰에서 (http://interview365.mk.co.kr/news/2595) "최무룡 씨는 다양성의 얼굴"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근데 그의 대표작이 뭐냐고 하면 뭘 꼽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명성 높은 작품들에서 그는 주연이긴 하되 다소 비중이 미묘하다. [오발탄]은 김진규의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장동휘의 영화, [빨간 마후라]는 신영균의 영화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잃어버린 청춘], [꿈은 사라지고], [장마루촌의 이발사], [심야의 고백], [외나무다리], [추격자], [기적]은 온전히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의 영화들만큼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은 아니고 무엇보다 필름이 남아있질 않다. [남과 북]은 청룡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최무룡 보겠다고 본 사람 입장에서는 좀 사기당한 느낌이었다. 아니 이해로 대위가 그렇게 조금 나올 일인가. 그동안 여러 배우 덕질을 하면서 늦덕인 걸 안타까와하거나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최무룡은 늦덕인게 통탄스럽다. 2000년 부천영화제 추모행사에 가야했는데… 2010년 충무로영화제 회고전에 가야했는데… 무엇보다도, 출연작 필름이 사라진 경우가 너무 많다. # by 파이 | 2020/10/09 00:49 | Pastime
https://www.amazon.com/Goodbye-Mr-Chips-Peter-Otoole/dp/B003EG9Y9U
어느 트위터 현인의 가르침을 받아 아마존 스트리밍 비디오를 결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오래 전에 TV로 봤는데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오래 전에 TV로 보고 싶었는데 놓쳤던 영화 보기에 딱인데 심지어 대부분 영어 자막 (CC)도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자막도 없는 워너 아카이브 주문 생산 DVD로 본 영화들 이걸로 볼 수 있었던 건데 ㅠㅠ.
하여간 우리를 피터 오툴에게 입문시킨 이 영화를 nn년 만에 다시 봤는데 역시 재미있다. 예전에 울었던 장면에서 또 울었는데 꼬꼬마 학생 시절 처음 봤을 때는 교사로서의 칩스를 많이 좋아했던 거 같고 지금은 로맨스 물로서 더 마음에 든다. 참 옛스럽게 로맨틱하다. 여기 주인공들은 그냥 "I love you"라고 말한다.
피터 오툴과 페툴라 클라크 너무 매력적이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릴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봤는데 이제는 피터 오툴이 실생활에서 얼마나 막 살았는지 알고 보자니 어이가 없을 정도. 어찌 저리 시치미 뚝 떼고 연기를 잘하나. 피터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페툴라의 꾀꼬리 같이 맑은 목소리도 좋다. 페툴라가 피터보다 한참 젊은 줄 알았는데 동갑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무지해서 몰랐는데 알고보니 영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자 솔로 가수셨음.
2015년에 나온 피터 오툴 전기를 구글 북스에서 조금 들여다봤는데 페툴라가 피터와 이 영화 촬영 당시를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서 기뻤다. 전기 저자에 따르면 영화 개봉 당시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서는 좋게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도 그 주요 이유는 두 주인공의 관계, believable하고 tender 한 로맨스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도 이 영화의 그 점이 좋다). 이에 대해 페툴라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That's how we felt about each other. We genuinely loved each other, not romantically, we really did feel for each other and that's something that I don't think you can fake." 그 뒤 페툴라와 피터는 거의 만난 적이 없다가 80년 대 초에 런던에서 [Man and Superman] 공연중이던 피터를 페툴라가 분장실에 가서 만났고 페툴라는 그 때를 회상하며 말하길 "We hardly spoke, we just both sat on these hard little chairs, sitting opposite each other, knee to knee, and we wept. I don't quite know why, maybe they were such wonderful memories of our time working together and he had a feeling we wouldn't have that experience together again. It was just a moment between us that only we could share."
원래 리처드 버튼이 주연 물망에 올랐었다는 얘길 보고 아니 어딜 봐서 리처드 버튼을 칩스 역에 떠올렸지 의아했지만 사실 피터 오툴에게 제안이 간 것도 - 설마 오디션 보진 않았겠지 - 신기하다. 이 작품 전까지 필모그라피를 보면 [아라비아의 로렌스], [베켓], [겨울의 사자], 거기다가 미친 놈으로 나오는 [장군들의 밤], 아니면 섹스 코미디가 대부분이라 도무지 칩스와 연결이 안 된다. 그냥 당시에 나오는 모든 각본들은 일단 버튼과 오툴에게 갔던 것일까.
칩스의 잘 생긴 독일인 동료 교사 맡으신 분은 그동안 궁금해도 캐릭터 이름을 몰라서 IMDb에서 배우 이름을 확인을 못했는데 인제 알았다. 마이클 브라이언트. [니콜라이와 알렉산드라]에서 레닌 역을 하셨다고. 영화는 TV 물이 대부분이고 연극을 주로 하신 거 같은데 올리비에 상 4회 수상에 빛나는 분이셨다.
그리고 피터 오툴은 그냥 푸른 눈으로 출연했다는 결론. 나중에 읽은 원작 소설에 칩스 눈동자가 갈색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영화에서는 오툴의 그 유명한 푸른 눈동자를 어떻게 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서 그 동안 궁금했었다. 그리고 기억보다 상영 시간이 긴 영화였다. 예전에 TV에서 했을 때는 많이 잘렸을 것 같다. 일단 서곡, 중간휴식, 간주곡이 다 잘렸을 것. 칩스 은퇴 연설 후 "Fill the world with love" 노래 사이에 서터윅 3대손과 대화하는 장면도 잘린 거 아닌지 의심스러운데 물론 nn년 전에 본 기억을 확신할 수는 없지. 칩스와 캐더린이 키스하는 장면만 해도 그 때 배경 하늘에 비둘기가 날아갔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그 동안 나이 먹은 걸 가장 절감한 건 폼페이 장면이었다. 어릴 때는 그 장면 보면서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랬을 건데 인제는 저 쨍한 햇볕 아래에서 울퉁불퉁한 돌길 어떻게 돌아다니냐 이 영화로 폼페이 관광을 갈음한다 이런 기분이 되어 버린다.
기록해두고 싶은 대사 1. 나폴리에서 칩스와 캐더린이 저녁을 함께 보낼 때 칩스: ...and you're bound to find someone else. Someone who'll realize how lucky he is and won't ever let you go. Someone who'll give you that escape from the stage that you imply you want. Someone from quite a different background than your present one. Someone who happens to love you very much at this moment. And when he gets to know you better....can, I'm sure, only love you more and more and more. (근데 이러고 나서 조니 롱브리지 얘기하는 게 너무 웃겼다. 댁 얘기잖아… 아니 거기다가 여자가 댁 쳐다보는 눈길 좀 보라고 (저 대사 직후에 캐더린이 칩스 뺨에 키스함)).
기록해두고 싶은 대사 2. 신혼 시절에 서터윅의 비열한 음모 때문에 도망친 캐더린을 어슐러 집 부엌에서 찾아낸 칩스: I know all about your unsuitability-- Horrible word. Both our unsuitabilities-- The plural is even worse. But how you'd ever imagine that a word like suitability-- Which is only in Webster, mind you, not in the Oxford, or is it?--could ever prevail over a word like love, which is in all the dictionaries.
You must do as you see right, headmaster...but as it is Mr. Hitler's declared intention since the D-day landings to paralyze all normal life in southern England it seems to me our plain duty is to carry on our normal life here at Brookfield. 영화 다 보고 나서 또 새삼 유튜브에서 클립 찾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 리처드 해리스가 1970년에 낸 앨범 [The Richard Harris Love Album]에 이 영화 노래가 두 곡이나 실려있었다. "What a lot of flowers"와 "Fill the world with love". 해리스 씨 이 영화 좋아하셨나요…
# by 파이 | 2019/08/13 23:40 | Pas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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